[세계의 창] 코로나 대처에 미숙한 일본인의 세 가지 속성

입력 2020-05-18 17:43   수정 2020-05-19 00:0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일본의 미숙한 대응 보도를 접하며 “일본이 왜 저 정도밖에 대처하지 못할까” 하고 의아해하는 한국인이 많을 듯하다. 어떤 이는 일본인들의 꼼꼼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겠다. ‘빨리빨리’에 익숙해진 한국인은 상황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융통성 있게 처리하는데 일본인은 그런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알아서 하기’ ‘드러내기’ ‘열린 공간’에 약하다는 세 가지 속성으로부터 일본의 코로나 사태 대처가 미숙한 이유를 찾아볼까 한다.

우선 일본인들은 ‘알아서 하기’식의 일 처리에 아주 미숙하다. 이는 일본의 역사적 배경과 관련이 깊다. 일본에서는 9세기 말부터 중국 당(唐)나라 문물의 영향력이 줄어들었고, 그 후 12세기 말 성립된 가마쿠라 막부(鎌倉幕府) 이후 1868년 메이지(明治) 유신 때까지 약 700년간 무사정권이 이어졌다. 무사정권의 강한 법도(法度)하에서 주어진 일에 매진하는 쪽으로 습성이 배인 백성들은, 규칙에 따른 행동에는 능숙해졌지만 스스로 알아서 행동하는 세포는 퇴화됐다. 그 결과 임기응변식의 대처가 많이 요구되는 코로나 사태 같은 상황에서는 미숙함이 노정되기 쉬운 기질이 형성됐다. 한국에서 많이 쓰는 ‘알아서 하라’ ‘알아서 하겠다’는 말은 일본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정보와 노하우 ‘드러내기’를 몹시 꺼린다는 점이다. 일본인들은 비판받거나 책잡히는 것을 이상하리만치 싫어하고 때론 이를 두려워한다. 일본에는 ‘냄새나는 것에 뚜껑을 덮는다’는 속담이 있다. 서로 간에 민감하거나 켕기는 화젯거리는 입에 담지 않으려고 한다. 뚜껑 열고 드러내며 터놓고 다가가지 못하다 보니 일 추진의 핵심에 도달하지 못한 채 주변을 맴돌다 유야무야로 덮어지곤 한다. 코로나19 감염 여부(PCR) 검사는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채 방에 콕 틀어박혀 있으라는 ‘방콕 자숙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그대로 덮어두다가 수그러들기를 바라는 식의 어리숙한 대처다.

마지막으로 ‘열린 공간’에 약하다는 점을 들어보자. 무사정권하에서는 마을과 마을이 횡적 열린 공간으로 연결되는 동력은 작동하지 않았다. 자신이 속한 마을(村·무라)을 벗어나 이동할 수 있는 자유가 크게 제한된 가운데 같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무라하치부(村八分)’라는 형벌은 일본인에겐 심리적으로 가혹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마을 안에서 자기 일은 잘하는데, 조감(鳥瞰)하는 시야가 부족하고 전체를 파악하려는 관심도 약한 편이다. 경계를 넘나드는 ‘열린 공간’적 사고의 결여가 코로나 사태 대처의 미숙함으로 이어졌다. 강력한 권한을 쥔 사령탑 아래 통일적 기준의 신속한 코로나19 감염 대책 시행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본인의 속성과 달리 한국인은 상황에 ‘알아서’ 대처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선 정보의 투명성도 두드러졌다. 지난 2월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감염 폭발이 일어났을 때도 국가 차원의 감염대책 사령탑 기능이 잘 발휘됐다. 염려스러운 것은 불쑥 튀어나온 일탈자가 의료인의 수고와 국민의 노력에 재를 뿌리고 국가 경제에도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막무가내식 행동이다. 이달 초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례가 그 예다.

한국의 신속한 코로나 대응이 일본의 미숙한 대처와 대비되는 가운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우리 소득 수준(1인당 국내총생산)이 일본을 넘어설 시기가 앞당겨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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